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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과 꿈 사이에서 방황하던 청년 미술가 6명이 의기투합해 부산 산복도로의 사계절을 화폭에 담았다. 김종흠(31) 이준호(27) 허희욱(28) 손세원(33) 이호준(31) 서병철(30) 씨 등 부산대 미술학과와 부경대 디자인학과 졸업생들이다. 이들은 설을 맞아 자신들이 그린 작품으로 '희망이 있는 산복도로 이야기'라는 탁상용 달력 500장을 제작해 지역 주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제작비 500만 원은 이들의 창작 의욕을 살려주려고 익명의 독지가가 후원했다.

대학을 졸업한 이들은 부모에게 용돈을 타 쓰는 게 눈치가 보이자 지난해 6월 부산 부산진구 양정시장 인근에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위한 공동작업실 '아코아(ACOA·예술가들의 마을)'를 마련, 예술을 향한 열정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이준호 씨는 지난해 6월 학군사관(ROTC)으로 전역한 뒤 '취직을 하라'는 가족의 권유를 뿌리치고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아코아'에 합류했다. 이 씨는 "청년실업난이 심각하다 보니 미술 전공을 살리는 선후배가 별로 없다"며 "먹고사는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고 의미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미술계의 청년실업 해소와 예술을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포부다.

산복도로 달력 제작 작업을 주도한 김종흠 대표와 이 씨는 용처럼 구불구불한 산복도로를 화폭에 담는 과정에서 곳곳에 사람 살아가는 정겨움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탁 트인 경치에 감탄했다. 동구 초량6동 할매 레스토랑에서 된장국을 먹고 범일5동 매축지마을의 유명 인사인 몽키 할머니도 봤다"고 거들었다.

아코아 회원들은 지난해 6월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진흥원의 청년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돼 1년간 2300만 원을 지원받고 있다. 여세를 몰아 올해는 부산시의 부산형 예비사회적기업 공모에 신청해 공공미술 분야 사회적기업으로 도심에 미술의 향기를 불어넣겠다는 게 이들의 새해 소망이다.